일상을 담다

처음 만들어 본 팥시루떡

LO송이VE 2020. 12. 21. 17:20

애동지에는 팥죽대신 팥시루떡을 먹는다지요.

떡집에 가서 팥떡을 사올까 하다, 냉동실을 열 때마다

얼른 먹어야 할 것 같은 팥고물이 자꾸 신경 쓰이던 차였습니다.

'직접 한 번 만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불쑥 들더라고요.

 

한참 전에 수수부꾸미를 만들어 먹고 남아 냉동해 둔 팥고물부터

꺼내 녹였습니다.

우동대접으로 한컵 반정도 멥쌀을 씻어 불려

동네 방앗간에서 곱게 빻아왔습니다.

녹은 팥고물을 프라이팬에서 살살 볶듯 물기를 마르게 하는데

좀 질은 탓인지 대충 시늉만 하고 창문열어 찬바람으로 식혔습니다.

건포도와 아껴두었던 단호박 한 개도 썰어놓고요.

곱게 빻아온 쌀가루는 살짝 뭉쳐지도록 찬물을 부어 촉촉하게 한 다음

다시 체에 걸렀습니다

그래야 떡이 쫀득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찜기에 면 보자기를 깔고 맨 밑에 팥고물을 뿌리고

그 위에 건포도와 호박과 쌀가루와 섞은 것을 올리고

맨 위에 다시 팥고물을 올렸습니다.

팥고물 양이 좀 적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럴듯 해 보입니다.

약 40분정도 찌고 떡이 익었는지 젓가락으로 가운데를 찔러보니

쌀가루가 묻지 않네요.

명절이나 제사때마다 큰형님께서 떡 찌는 걸 보고 배운 것이지요.

마침 월차내고 쉬는 큰아들에게 한접시 담아 맛보라고 합니다.

어제 팥죽을 얻어 먹은 빈 냄비에 담아 옆집도 갖다 드리고요.

가까이 사는 큰형님댁은 큰접시에 담아 챙깁니다.

친정엄마 생각도 절로 나지요.

뜨근뜨근할때 드셔보시라고 모락모락 김나는 떡을 들고

엄마얼굴도 보고 왔습니다.

 

처음 만들어 본 팥시루떡을 소꿉장난 하듯

만드는 재미에 빠져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