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맥문동 꽃에 취하던 하루

LO송이VE 2019. 8. 24. 06:23

휴가다운 하루라도 보내고 싶어 혼자 길을 나섰습니다.


휴가 내내 무심했던 집안살림에 온 힘을 다 쓰듯

버리고 닦고 정돈하고 그 뒤에 오는 개운함과 뿌듯함에 맛 들려 

이대로도 좋다소리를 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빠진 듯 의무감에 허전함이 따릅니다.


직장일로 교육이나 모임으로 여기저기 다닐 때가 생깁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 감탄을 불러올 만큼 아름답고 좋거나

입맛에 착 달라붙도록 맛이 좋은 식당을 만나면

나중에 가족하고 꼭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매번 생각처럼 선뜻 가족들과 다시 찾지는 못했지만

통영, 거제는 여러번 다녀왔습니다.

강원도 속초와, 진부령,  포항 호미곶도 다녀오며

찍어온 사진만 봐도 흐믓합니다.

두 아들이 어느정도 크면서 엄마가 놀러가자고 통 사정을 해도

여행은 커녕 당일치기 가까운 곳도 쉽지 않습니다.


전부터 가족들과 꼭 가고 싶었던

천 장항송림산림욕장에 다녀왔습니다.

남편과 둘이서라도 갔다 오자고 했더니 날 더운데 어디가냐고

콧방귀나 뀌고 아예 갈 생각을 안하니 혼자라도 가야지요.


몇 번 다녀갈 때 마다 꼭 다시 와야지 했던 곳입니다.

부소산만큼이나 소나무 숲을 이루고 바닷가를 끼고 있어서

힘차게 불어대는 바람이 한없이 좋고

하늘을 가린 솔숲길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만큼 산책길로 예쁩니다.


더위에 이글대는 고요한 바다를 무심히 바라보고,

반질 나게 길이 난 숲길 따라 걷다가 의자에 한참을 쉬었다가,

월요일이라 휴무인 스카이워크는 오르지 못해 다리 후들거리는

경험은 못했습니다.

대신에 소나무 숲길 바닥을 수놓은 보랏빛 맥문동 꽃에 취했습니다.

지나는 사람, 모여드는 사람은 둘 아니면 여럿이서 꽃말처럼

기쁨의 연속을 누리듯 행복한 얼굴로 순간을 담습니다.

 저만 혼자라는 생각에 들고 있는 카메라만 연신 눌러댑니다.

 다음에는 무슨 일을 내서라도 남편 손을 꼭 잡고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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