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21개월의 기다림을 끝내며...

LO송이VE 2018. 10. 29. 04:15

큰아들이 제대를 했습니다.

군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어 아들은 3일이 줄었습니다.

처음엔 '3일이 어디야' 하며 신난애들마냥 좋아하더니

막상 며칠앞으로 다가오니 그저 그렇답니다.


2017년 1월 31일, 이름만 들어도 무섭게 느껴졌던

3사단 백골부대 훈련소에 아들을 두고 오는날,

저는 생각보다 담담했지만 남편은 아들이 서있는 강당에서

한참뒤에 나왔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아빠가 우는걸 봤다고 작은아들이 말해주더군요.

군생활을 잘 모르는 저와 달리 내남자는 아들놓고 오는 그 심정이

참으로 무거웠나봅니다.

아들소식을 볼수 있다는 온라인 카페에 가입하고 하루종일

카페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선임 부모님들의 생생한 경험으로 얻은 정보는 큰 도움이 되었고

산같았던 걱정이 좀 누그러졌습니다.

 

입소한지 며칠후부터 이메일이 가능해져 매일 새벽마다

맨 처음 하는일이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자라도 더쓰고 싶어서

엔터키누름없이 길게 이어썼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첫 주말 아들의 첫 전화를 받았습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않았습니다.

겁먹은 목소리와 울먹이는 아들, 뒤에서 기다리는 아들들이

많다고 통화는 짧게 끝났습니다.

엄마는 그제서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걸려오는 군부대전화는 받자마자 녹음부터 했습니다.

포상전화를 받은날은 길게 통화를 했고 목소리도 밝고 씩씩해서

'잘하고 있구나' 마음이 놓였습니다.

항상 녹음된 아들 목소리를 들으면 바닥친 기운에는 힘이 났고

금방 웃게되고 마음이 활기찼습니다.

아들생각만 하면 엄마는 그랬습니다


6주간의 훈련을 마친 아들은 제법 든든한 남자가 되어있었고

100감사 편지와 한통의 편지를 받았는데 그동안 아빠엄마의 잔소리를

그냥 흘려 듣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고 고마웠습니다.


운동을 잘하니 별별 이유를 달은 포상휴가와 정기휴가를 나왔고

평일이나 주말에는 항상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아 요즘 군생활 할만하겠구나

안심은 되었지만 부모는 늘 걱정에서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잘 만나던 여친과의 이별소식에 아들만큼이나 엄마마음도

아파했습니다.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힘들어할 아들생각에

가족여행삼아 철원으로 면회도 다녀왔습니다.


잦은 휴가에 남들은 그만나오라는 잔소리를 한다지만

전 나올때마다 설레고 행복했습니다.

뭘해서 먹일까, 아들얼굴 실컷본다는 생각이 얼마나 좋던지요.

그렇게 긴긴 기다림 끝에 단단해져서 엄마의 아들로 돌아왔습니다.

요즘은 제대하는날 군인정신도 군대에 다 놓고 온다지요.

하지만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것입니다.

든든한 바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독립하는 아들을 위해 항상 응원해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