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깔깔한 먼지가 날리며 벼 바심하던날~

LO송이VE 2018. 10. 17. 11:41

우리집 벼 바심을 했습니다.

추수라는 말대신 바심이란 말을 듣고 자라

그말이 더 정겹고 좋습니다.

이삼일내로 할거라는 말을 들은 다음날 오후,

콤바인 한대, 트럭한대가 짝궁이 되어 왔더라고요.

 

바심하는날은 으레 찐밤과 고구마튀김으로 새참을 준비했었는데

때마침 전 마음먹고 김밥을 싸고 있던 터라 잘 됐다 싶었습니다.

 

어려서는 아빠 엄마따라 모내기때는 모쟁이를 해야했고

벼 베는날부터 바심하는 날까지 잔심부름을 하며 일을 거들었습니다.

그때는 그일이 어찌나 하기 싫었던지 매번 골이 잔뜩난 얼굴을

해서 혼도 자주 났었습니다 ㅎ

 

베어진 벼를 묶고,묶어진 볏단 하나씩 들어다주면

아빠는 논바닥에 길게 벼 줄가리를 칩니다.

비소식이 있는 날이면 비닐을 씌우느라 허겁지겁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며칠이 지났는지 마른 논바닥에 탈곡기가 들어오고 우리 가족들은

약속처럼 볏단을 척척 날라다 주면 기계안으로 들어가며 깔깔한 먼지를 심하게

뒤집어 썼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바심하는날 풍겨오는 그 볏짚냄새가 싱그럽고 구수하게 다가옵니다.

논바닥 흙냄새와 벼줄기에서 나는듯한 싱그러운 풀냄새가

익숙해서 좋은냄새입니다.

우리가족이 다 나서서해도 여러날이 걸리고 힘들었던 일이

세상이 변하고 좋아져 콤바인이 두어시간만 왔다갔다 하면

빈 들녘이 드러나네요.

 

몇년전까지는 집에서 먹을거는 마당에서 말려 창고에 벼를 보관하며

그때 그때 방아를 쪄서 먹었는데 번거롭고 귀찮아져서 지금은

다 수매를 하고 필요할때마다 친정언니네서 사먹는답니다.

 

올해 새누리벼는 수매가 안된다 하여 바로 말려서 방아쪄서

쌀로 낸다고 합니다.

쌀값이 많이 올라 주머니가 두둑해져 반갑기는 한데 좋은일인지

아닌지는 곰곰히 따져봐야할거 같습니다.

 

반들 반들, 쫀득 쫀득. 윤기나는 햅쌀밥 곧 먹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