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우산하나로 즐기는 저녁 산책~

LO송이VE 2018. 8. 28. 04:34

여름끝이 보입니다.

안심하는 사이 뒤늦게 장맛비가 달려왔습니다.

지난밤부터 온종일 그칠기미는 전혀 안보이고 어찌나 신나게 퍼붓던지요

가뭄에 허덕이다 마주하는 단비처럼 반갑고 고맙다는 인사가 걱정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퇴근한 남편은 거실 소파에 어정쩡하게 불편한듯 누워있는데

비오는날, 하릴없이 빈둥대며 보내 기운도 없답니다.

기운이 없다는데 오늘 저녁은 뭘해서 먹나 고민됩니다.

호박부침개 부치고 열무 물김치에 국수를 말아줄까 하는데

딱히 먹고 싶은것도 없고 가고 싶은곳도 없으면서

나가 먹자는 말을 불쑥 꺼냅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기운도 없고 몸이 처질수록 자꾸 몸을

움직여야 한다며 바로 읍내로 나갔습니다.


묵은지와 깍두기가 맛있는 식당에서 순대국밥 한그릇을 비웠습니다.

외식하면 꼭 과식을 불러와 소화도 시킬겸 근처 궁남지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잠잠해진 빗줄기, 오락가락하는 빗속을 우산하나로

다정하게 걸었습니다.

비가와서 그런지 연잎향은 진하게 스며들고 속도를 맞추며

걷는 발걸음에 편안함이 가득했습니다.


한낮에는 빗소리 핑계대고 까맣게 잊고 있던 그리움을 꺼내 취하고

이 시간은 남편에게 취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