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늦게 온 소포....고두현

LO송이VE 2015. 12. 10. 10:13

늦게 온 소포

                                    고 두 현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슬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 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껍질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 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 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울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르라」

헤쳐놓았던 몇 겹의 종이
다시 접었다 펼쳤다 밤새
남향의 문 닫지 못하고
무연히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 밖으로
새벽 눈발이 하얗게 손 흔들며
글썽글썽 녹고 있다.

 

 

제목부터 끌렸던 시,

첫줄읽고 울컥했던 시,

읽을수록 따뜻해지는 시,

엄마생각, 오빠 생각, 언니 생각, 내 동생 생각,

그리고 내 남편, 아들 생각이 더 깊어졌던 시,

 

겨울이 오면 더 많이 읽어보리라 다짐하며

혼자서 보물처럼 아끼고 아꼈던 시,

눈이 오면 꼭 자랑하고픈 시,

 

울림, 감동, 여운이 짙은 이 시가 너무 좋습니다.

이겨울날 뜨겁게 사랑할 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