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5

행복을 빚어 추억을 먹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선선합니다. 산에서 나는 예초기 소리가 집 앞까지 들립니다. 해마다 추석 전날에는 시댁 4형제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습니다. 아들, 딸과 손주들까지 다 모이면 서른 명이 넘는 대가족입니다. 식구들이 많아 차례 지낼 음식보다 끼니마다 먹어야 할 음식 준비가 더 힘듭니다. 특별한 요리를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도 부담이 됩니다. 다행히 위로 형님이 세 분 계시고 솜씨 좋고 손맛도 있으니, 막내며느리는 따라가기만 합니다. 그 밑에서 음식을 많이 배우게 됩니다. 남자들이야 '평소 먹는 데로 숟가락만 몇 개 더 놓으면 되지!' 툭 던지듯 말하지만, 여자들은 그게 아니지요. 매일 먹는 가족 말고 누군가가 함께하면 은근히 마음 쓰입니다. 큰형님은 멥쌀 불려 방앗간에서 빻아오고 동부 콩으로 속을 ..

일상을 담다 2023.09.17

4형제가 빚는 송편~

시댁은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집에서 떡을 합니다. 이번 추석에도 4형제 부부가 빙 둘러앉아 송편을 빚었습니다. 모두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 자라서 부담도 없고요. 막내인 남편은 허리디스크 시술 핑계로 소파에 벌러덩 눕습니다. 몇 개라도 만들어보라고 해도 딴청 부리며 막내 티를 냅니다. 한입에 쏙쏙 들어가도록 앙증맞게 만드는 큰 형님, 굳은살로 투박해진 손으로 야무지게 만드는 큰 아주버님, 얼른 만들어 끝내고 싶어 큼직하게 만드는 둘째 아주버님과 셋째 아주버님 적당한 크기로 예쁘게 빚는 둘째 형님과 그 옆에서 나름 예쁘게 빚으려고 애쓰는 저입니다.ㅎㅎ 셋째 형님은 만들어지는 대로 찜기에 찌고 있습니다. 미리 따다 놓은 솔잎을 맨 밑에 깔고 면포를 깔고 그 위에 빚은 송편을 가지런히 올리고 물이 펄펄 끓으면..

일상을 담다 2021.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