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5

마음을 읽다

한 주의 첫날 월요일 아침은 부소산 산책으로 엽니다. 비 예보가 있는 아침 하늘은 잔뜩 흐려있습니다. 한 손엔 우산, 다른 한 손은 새벽에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를 정성껏 필사한 종이를 듭니다. 부소산 정문에 서면 나름 정해진 규칙을 시작합니다. 복식호흡의 첫 번째 연습으로 입을 꼭 다물고 10분 정도 코로 숨 쉬며 걷기를 합니다. 오르막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빠르게 뛰어오릅니다. 내리막은 천천히 내뱉으며 숨을 세어갑니다. 외우고 싶은 시를 혼자서 중얼거리는 시간입니다. 저쪽에서 사람이 보이면 목소리를 줄이고 멀어지면 소리를 키우며 보다가 안 보다가 시를 외웁니다. 태자골 숲길 흙길을 걷습니다. 맨발로 밟고 또 밟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지요. 한 시간반 정도 지났을까요? 다시 정문에 돌아오면 마음..

일상을 담다 2023.12.11

즐거운 소란, 시집을 손에 들다.

기다렸던 이재무 시집 '즐거운 소란'이 눈앞에 있습니다. 지난 부여에서 특강을 들으며 1월쯤에 나온다는 소식은 행복한 기다림이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에 출판소식을 보자마자 교보문고로 순간 이동하 듯 구매를 했습니다. 고향에도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가 있습니다. 받자마자 몇 끼 굶은 허기를 채우 듯 허겁지겁 눈으로 읽어갑니다. '그래그래, 그렇구나 하다가 어, 무슨 뜻일까'를 왔다 갔다 하며 한 권을 눈에 담습니다. 그러다 좋다 생각이 드는 페이지는 모서리를 접습니다. 뿌듯하게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펼쳐봅니다. 모서리를 찾아 한 번 더 읽습니다. 색색의 띠지를 붙이고 또박또박 읽어봅니다. 필사를 시작하고 소리 내서 또 읽고 눈을 감고 그림 그리듯 외우는 것으로 시를 온전히 마음에 담습니다. 가방 안에 시집 한 ..

일상을 담다 202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