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3

행복을 빚어 추억을 먹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선선합니다. 산에서 나는 예초기 소리가 집 앞까지 들립니다. 해마다 추석 전날에는 시댁 4형제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습니다. 아들, 딸과 손주들까지 다 모이면 서른 명이 넘는 대가족입니다. 식구들이 많아 차례 지낼 음식보다 끼니마다 먹어야 할 음식 준비가 더 힘듭니다. 특별한 요리를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도 부담이 됩니다. 다행히 위로 형님이 세 분 계시고 솜씨 좋고 손맛도 있으니, 막내며느리는 따라가기만 합니다. 그 밑에서 음식을 많이 배우게 됩니다. 남자들이야 '평소 먹는 데로 숟가락만 몇 개 더 놓으면 되지!' 툭 던지듯 말하지만, 여자들은 그게 아니지요. 매일 먹는 가족 말고 누군가가 함께하면 은근히 마음 쓰입니다. 큰형님은 멥쌀 불려 방앗간에서 빻아오고 동부 콩으로 속을 ..

일상을 담다 2023.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