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시인 천상병 옛집을 마주하다

LO송이VE 2018. 6. 26. 04:47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관계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 앉은

마리 새


정감에 가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때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마리 새


















안면도 대야도마을에서 직장워크샵이 있어 한시간 먼저 도착하여

시인 천상병옛집을 찾았습니다.

소나무숲길을 따라 언덕을 조금만 올라가면 왼쪽에 시인 천상병 옛집과

그 아래에는 시인소장품이 전시돼 있는 갤러리가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좀더 올라가면 시인 고택 관리를 하면서 운영하는

멋진 펜션이 자리합니다.

그 뒤로는 평소 천상병시인과 가깝게 지냈던 안면도 주민인

모종인씨 묘와 추모비가 인연을 이야기합니다.

그당시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 있던 시인 옛집이 재개발로 인하여 철거된다는

소식을 부인에게서 듣고 천상병 시인과 또다른 인연을 만들고자 안면도에

이전 복원하였다고 합니다.


닫혀진 문 세개가 나란히 있는 아담한 집입니다.

조그만 마당과 부뚜막에 걸려있는 양은솥과 냄비,

마당 한켠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항아리와 그 위에 놓인

꽃이 다정하고 환하게 마음을 반겨줍니다.

문고리는 낯설지않고 오히려 내집에 온것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문을열고 시인의 삶을 엿봅니다.

시인의 얼굴이 순박하게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낡고 빛바랜 책 몇권,  '귀천'이 써 있는 액자,

방 구석에 놓인 소쿠리는 금방이라도 부서질거 같고

오래되어 누런해진 벽과 장판은 가난한 삶을 말해줍니다.


시인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는 이세상을 살다간 삶이 얼마나 좋았으면

소풍이라고 표현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부도덕한 정권으로 잔인한 고문과 정신적 고통을 받고

평범한 삶이 완전히 무너져 가난과, 방탕, 주벽으로 보내는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을 고통과 상처를 지닌 삶을 오히려 소풍이라고 말하는 시인,

한마리 새가 노래하는 그 마음처럼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가슴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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