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부여 궁남지의 봄길을 걷다

LO송이VE 2018. 4. 5. 10:22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시인은 마음으로 쓰는 글로 봄을 노래하고 자연은 물감을 풀어

투명하게 색칠하듯 새봄이라고 노래를 하는듯 합니다.

삼일동안 이어진다는 비소식을 듣고 마을벚꽃길과

궁남지를 다녀왔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아!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궁남지는 봄빛으로 가득했습니다.

 

하늘거리는 버드나무의 연두빛,

멀리서도 화사하게 활짝 빛이나는 연분홍빛의 벚꽃,

울타리마냥 빙둘러 있는 개나리의 샛노란빛이

한데 어우려져 마음까지 들뜨게 만드네요.

 

느린 발걸음,

잔잔해지는 마음,

가뿐한 몸짓으로

궁남지의 봄길을 행복하게 걸었습니다.

봄은 이래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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