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 2

친정 가는 봄날

바짝 다가온 봄입니다. 거침없이 부는 바람결에 여기저기 큰불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웃 지역에서 논두렁을 태우다가 산불로 번지고 말았습니다 솔가지며 나뭇잎이 수북이 쌓인 곳은 잔불이 되살아납니다. 다행히 때를 알고 내리는 비처럼 한바탕 요란하게 봄비가 내립니다. 처음 듣는 빗소리처럼 새롭고 반갑고 고맙습니다. 뾰족뾰족 올라오는 새싹들은 쑥쑥 싱그럽습니다. 작년보다 많이 욕심내서 심은 감자밭에 풀풀 대는 먼지가 얌전해졌습니다. 비가 다녀간 후 하늘도 공기도 햇살도 더 산뜻하게 눈 부십니다. 문득 친정엄마가 슬쩍 지나가는 말로 부탁했던 잡채가 생각납니다. 매일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점심을 드십니다. 종종 배달 음식을 드시거나 나가 사는 자녀들이 찾아와 이것저것 사준다고 합니다. 친정엄마는 그게 마음에 걸렸던..

일상을 담다 2023.03.14

친정엄마의 생신날~

지난 주말은 친정엄마의 생신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두 딸만 친정집에서 집 밥으로 조촐하게 생신밥상을 차려드렸습니다. 서울 사는 오빠네와 익산 사는 남동생네까지 다 모이면 엄마집 거실이 꽉 차고 좁다는 생각이 들어도 오히려 시끌벅적하고 좋았는데 텅 빈 허전함이 올라왔습니다. 둥그런 밥상앞에 세 모녀가 마주 앉았습니다. 시부모님을 모시며 겨울에도 일이 많은 언니는 당일 아침에 딴 달콤한 딸기를 준비했습니다. 딸이 만든 반찬은 맛도 안보고 무턱대고 맛있다는 우리 엄마입니다. 겨울철에 먹으면 별미가 되는 열무 두 단 사서 열무 물김치를 담그고 아삭아삭 무생채와, 양지머리와 사태를 반반 섞어 푹 끓인 진한국물로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또 잡채가 빠지면 안 되겠지요. 색감좋도록 야채도 골고루 잔뜩 넣었습니다. 흑설탕과..

일상을 담다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