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을 정리하며 파랗게 데쳐 놓은 쑥 뭉텅이가 들어옵니다. 작년 봄 틈만 나면 봄볕아래서 일 처럼 캤던 쑥입니다. 쑥 개떡과 쑥버무리를 실컷 해 먹고 남은 쑥은 갖은 콩을 넣어 쑥설기를 해먹어야지 하고 아껴 두었던 것입니다. 아끼다가 뭐 된다고 해를 넘기고 말았네요. 꽝꽝 언 쑥은 물에 담가 녹이고 쌀을 불렸습니다. 떡 방앗간은 설을 앞두고 가래떡을 빼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쑥과 쌀을 내미는데 좀 미안한 생각도 들더라고요. 찜기 에서는 뽀얀 김이 연신 품어 나오고 바로 옆에서는 하얗고 긴 가래떡이 줄줄 나옵니다. 멀리 산다는 딸과 사위까지 와서 손발을 맞추는데 보기가 좋더라고요. 부드럽게 기계 안에서 얼굴 내미는 가래떡은 끊어질 줄 모르고 가위로 뚝딱하면 쏙쏙 건져서 박스 안에 차곡차곡 가지런히 놓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