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사랑법 .............박진환

LO송이VE 2015. 8. 13. 16:55

 

 

 

 

 

사랑법 5

                                              박진환

 

어머니는 평생 우산을 받쳐들고 계셨다.

살아 계신 동안 어머니의 계절엔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는 우산을 적시고 어머니는 늘 비에 젖고 계셨으나

우리는 한 방울도 비에 젖지 않았다.

무엇인가 비 아닌 다른 것이 우리를 적시고 있었다.

우산 속에서도 젖어버린 그것은 눈물이었다.

비 대신 우리는 눈물에 젖고 눈물은 가슴에 스며

봇물 같은 것으로 렁이고 있었다.

 

요즘 종종 비에 젖는다. 우수보다 큰 아픔 같은 것이

날세못으로 가슴에 와 박힌다.

 

늘 어머니가 젖던 비일 듯싶다.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우산을 받쳐준다.

그리고 양지 밭까지 동행하다 돌아서 버린다.

내게는 우산이 없다. 비가 오지 않기 때문이거나

받쳐줄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우산으로 펼칠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눈물이 사랑임을 알 나이인데도 나는 눈물이 없다.

흠뻑 젖어보고 싶은 계절이다.

비는 기다림과 같아서 새삼 어머니가 그리울 뿐이다.

울고 싶다. 한없는 눈물로 울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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