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성북동으로 떠난 문학소풍~

LO송이VE 2019. 1. 20. 10:29

역사문화마을 성북동에 다녀왔습니다.

기차를 타고 선생님 뒤만 졸졸 따르는 어린애들처럼

시낭송 날개달다 회원들과 떠나는 새해 첫 문학소풍입니다.

회원들이 준비한 쑥개떡, 귤, 사탕, 과자, 사과, 마스크, 사과즙,

삶은 계란을 받아들고 더 신이났습니다.


가장 먼저 길상사로 향하는 길은 잔뜩 기대를 한 얼굴로

사뿐사뿐한 걸음이었습니다

대원각이라는 고급요정의 주인이었던 김영한여사는

백석시인의 연인이었습니다.

어느날 법정스님의 무소유 설법을 듣고 감동하여 시주를 결심하고

무소유의 삶을 살고자 했답니다.

'천억재산이 그사람 시 한줄만 못하다'는 김영한여사의 말에

소름이 돋을정도로 놀랐고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궁금했습니다.

백석시인을 공부하고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란 시를 외우고

조금씩 알아가는 즐거움과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해야지하는

부러움이 가득했습니다.


길상사로 들어가 경내를 돌아보는 마음과 몸이 벅찹니다.

이생진의 시 '내가 백석이 되어'라는 주인공처럼

신비한 신발을 신고 극락전 모래를 밟습니다

어김없이 까치가 반가운 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느티나무와 참나무를 찾고 나타샤와 자야라고 불리던

김영한 여사가 머물렀던 곳을 찾았습니다.

그 앞에서 듣는 시낭송은 더욱 고요하게 닿았습니다.

법정스님의 삶의 흔적을 담은 진영각도 둘러보며 무소유의 진정한

행복을 생각했습니다.


길상사에서 나와 근처의 한국가구박물관을 보려고 언덕길을 쉼없이

갔는데 인터넷예약없이는 구경할수 없어 헛걸음을 했습니다.

근처 맛집으로 소문난 금왕돈가스전문점에서 허기와 아쉬움을

배불리 달랬습니다.


이때 아니면 또 언제올까 싶을만큼 회원들을 위한 나영숙선생님의 열정이

종일 분주했습니다.

꼴보기 싫은 조선총독부와 등지기 위해 북향으로 지었다는 만해 한용운 시인의

심우장을 들리고 '동주'라는 영화로 더 가까이 다가온 시인, 윤동주 문학관을 들려

처절하고 비참하고 안타까운 시대와 시인를 만났습니다.

근처 카페에서 13명이 가기로 약속하고 한사람도 빠짐없이 같은마음으로

함께했던 시간들을 꽃피우듯 행복한 마무리를 했습니다.


나이많은 사람 끼워줘서 기다림이 더 좋았다는 장O진목사님은

윤동주시에 푹빠져 작정하고 문학관을 보셨고

백석과 김영한 사랑이야기에 꿈까지 꾸었다는 최O심님.

시작이 좋고 끝도 좋을 회원들과 길상사를 걸으며

생생한 감동이 있었다는 한O환님

시극을 통해 시를 가깝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고 선물같은 오늘이었다는 강O숙님,

두번째방문인 길상사와 윤동주문학관은 사각의 방이 감옥처럼 연상되었고

일기처럼 쓰는 한줄 노트에 귀한시간으로 적을거라는 박O숙님.

다 같은 마음으로 오늘같은 즐거움을 오래 오래 시공부를 누리기위해 건강을

신신당부했던 반장이신 이O희님

마음같아선 삼천계단이라도 거뜬히 오를거 같았지만 힘든만큼

감사하다는 김O선님,

함께하는 그 자체만으로 좋다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신 강O련님

친구아들 결혼식보다 이 모임을 우선하며 함께했다는 김O옥님,

시공부를 할까말까 막연한 고민에서 벗어나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박O용님

친정오빠들의 말처럼 시를 나누며 고상하게 나이들고 싶고 특혜받은 하루같다는 신O결님

우리회원들의 영원한 스승, 나영숙선생님은 친정동네라서 더 설래고 가슴 벅차답니다.

금방이라도 어린시절 친구들을 불러내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짧은 생애를 살다간 시인이라도 읽혀지는 시는 생생하게 살아서 행복할거라고 합니다.


기차를 타고, 전철을 타고, 마을버스 타고, 택시를 타고,

알쏭달쏭, 허둥지둥, 헐래벌떡, 어리둥절, 벅찬감동으로

이리저리 걸음을 재촉하며 보낸 하루였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서서하는 독서 맞습니다.

살아있는 책을 아주 행복하게 읽은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