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오분간.....나희덕 시

LO송이VE 2015. 2. 24. 05:50

 

 

오분간

 

                   나희덕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살 배기가 뛰어내려 안기는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하나 내게로 걸어올 것 만 같다

내가 늙은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듯 마주보겠지.

 

기다림하나로도 깜박 지나가 버릴 생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 오지않을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