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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물든 황금빛 인생 발표회를 마치고~

LO송이VE 2023. 11. 22. 07:07

시로 물든 황금빛 인생 발표회를 마치고

 

따뜻한 온도

 

비 온 후 산뜻한 아침을 맞는다.

깨끗한 하늘 아래 쏟아지는 햇볕이 포근하고 눈부시다.

논산 문화원 시로 물든 황금빛 인생 시화전과 자작시 낭송 발표회 날이다.

시로 물든 황금빛 인생은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이다.

어르신 문화 활동 지원 사업으로 60세 이상 어르신들 대상으로

올해 세 번째로 운영하고 있다. 보조 강사로 일하면서 수업이 있는 화요일은

더 활기차게 보내는 하루다.

 

처음으로 무대에 서는 떨림과 기대를 응원하듯 하늘에서 눈발이 날린다. 첫눈이다. 

매번 첫눈은 흩날리다 그쳐 아쉬움을 주었다. 어, 이번에는 다르다. 쉬 그치지 않을 기세다.

'추우면 안 되는데, 미끄러우면 어쩌지?' 들떠 있는 마음이 가라앉는다.

 

첫눈의 축하 꽃송이를 받고 한 분 두 분 향기 마루에 들어오신다.

미용실도 다녀오고 한복을 곱게 입은 모습이 수줍음 많은 새댁 같다.

카라 원피스를 입고 이미 소녀로 돌아가 있다.

편하게 바지 입은 모습만 보다가 정장을 갖춰 입으니 딴 사람처럼 새롭다.

다들 꼭꼭 숨겨놓았던 선녀의 옷을 찾아 입고 나오신 듯 한껏 멋을 낸 옷차림이 보기 좋다.

나도, 여자, 남자라고 단번에 말해주는 거 같다. 생기와 활기를 품는 변신이다.

수업 신청은 했지만, 허리가 아파 못 나오신 분도 관객으로 함께 한다.

사돈이 함께 수업을 듣는 인연에 놀라며 즐거움을 주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짝꿍의 빈자리가 생기기도 했다.

그 빈자리의 친구를 생각하며 기다리는 친구가 시를 쓴다.

1층 로비에 전시된 시화를 가슴에 품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사진 속에 웃음소리까지 담기는 기분이다.

 

6월 첫 수업을 시작으로 시 창작 수업 10회와 시 낭송 수업 5회 과정이다.

한여름 폭우와 폭염에도 잘 견디며 결석 없이 수업에 참여하는 열의를 보여주셨다.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고 "난 시 못 써, 못 써"  손사레를 치며 저만치 물러나 계셨다.

그러다가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장마라는 주제로 숙제를 받고 시 쓰기에 재미를 붙여갔다

10분 쉬는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돌아가며 준비해 온 간식으로 더 화기애애해졌다.

얼굴을 알게 되고 이름을 기억하고 말을 건네며 친구가 되는 시간이다.

홍성에서 열리는 어르신 문화 프로그램 페스티발에도 참여했다.

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시 낭송을 하는 경험을 하셨다.

다른 문화원의 프로그램을 보며 어르신들의 열정을 실감 나게 느끼는 시간이었다.

시인을 찾아서 문학 답사로 부여를 다녀왔다. 논산에서 가까운 곳이라 많은 분이 참석하였다.

정한모 시인 생가를 둘러보고 석성 동헌에서는 탱자를 주우며 추억의 향기까지 주머니에 챙겼다. 

신동엽 문학관 입구 한 자리에 서 있는 감나무가 최고의 가을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시인과 좀 더 가까워진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국화 꽃축제가 열렸던 궁남지를 찾는다.

백제의 역사 스토리로 꾸며놓은 국화꽃들이 남아있다.

국화꽃 터널을 지날 때는 사춘기 소녀처럼 소란스럽게 탄성이 들린다.

국화꽃 옆으로 앞으로 걸어 다니는 꽃이 모델처럼 포즈를 취한다.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건들면 톡 터지는 봉선화처럼 여기저기서 터진다.

마지막 답사 부여 왕릉원을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본다.

그렇게 여름과 가을을 함께 보내고 겨울을 맞이한다.

 

무대 중앙에 서서 살아온 이야기를 시로 들려준다.

들려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마음이 오간다.

'아, 그러셨구나' 가슴안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마음을 듣는다.

몸과 마음의 여유를 즐기고 마무리한다.

여기저기 찰칵대는 소리가 정겹다.

따뜻한 온도로 기억될 추억을 사진 속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