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즐거운 소란, 시집을 손에 들다.
LO송이VE
2022. 2. 8. 05:46
기다렸던 이재무 시집 '즐거운 소란'이 눈앞에 있습니다.
지난 부여에서 특강을 들으며 1월쯤에 나온다는 소식은
행복한 기다림이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에 출판소식을 보자마자 교보문고로
순간 이동하 듯 구매를 했습니다.
고향에도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가 있습니다.
받자마자 몇 끼 굶은 허기를 채우 듯 허겁지겁
눈으로 읽어갑니다.
'그래그래, 그렇구나 하다가 어, 무슨 뜻일까'를
왔다 갔다 하며 한 권을 눈에 담습니다.
그러다 좋다 생각이 드는 페이지는 모서리를 접습니다.
뿌듯하게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펼쳐봅니다.
모서리를 찾아 한 번 더 읽습니다.
색색의 띠지를 붙이고 또박또박 읽어봅니다.
필사를 시작하고 소리 내서 또 읽고
눈을 감고 그림 그리듯 외우는 것으로
시를 온전히 마음에 담습니다.
가방 안에 시집 한 권을 넣고 다니며
가장 예쁘고 따뜻한 가방이라고 말을 합니다.
즐거운 소란
여름은 소란이 번성하는 계절
새들의 산부인과 병동인 야산에 새 새끼들
울음소리 질펀하고 무논에서 둑으로
무리 지어 튀어나오는 개구리 울음소리며
타작마당 콩알들처럼 여기저기
가지에서 쏟아지는 매미들 떼창에 귀가 먹먹하다
몸보다 큰 그림자 끌며 유영하는 물고기들
살이 오르고, 불쑥 떠오른 생각처럼
바람 불 때마다 은피라미인 양
팔랑팔랑 하얗게 몸을 뒤집는 나뭇잎들
숲에는 그늘이 고여 출렁이고
괄약근 느슨해진 하늘에서 천둥 번개 치고
큰비 내려 계곡과 냇가에 갑자기 불어난 물이
변성기 소년의 성대처럼 괄괄 소리 내어 흐르는데
비 갠 하늘에 나타난 비행기가
폭음을 내려놓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