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소금과 간장으로 담아보는 고추 장아찌

LO송이VE 2020. 11. 7. 05:30

올 가을 들어 가장 춥다는 아침입니다.

번뜩 생각나는 게 친정언니네 하우스의 풋고추입니다.

지난번 마지막으로 붉어진 고추를 따내는데

줄기마다 풋고추가 길쭉하고 통통하게 너무 좋더라고요.

 

갑자기 추워진 아침에 서리까지 살짝 내렸습니다.

된서리가 오면 하우스안의 고추라도 소용없다는

언니 말이 생각났습니다.

괜히 마음 따라 몸이 분주해집니다.

아침 일찍 상수리 가루로 묵을 쑤어 식힙니다.

해동시킨 양념갈비도 지글지글 익히고요

굴러다닐 정도로 넘쳐나는 밤과 대추를 듬뿍 넣습니다.

묵이 굳어질 때가지 집안 청소를 대충 해놓고

나갈 준비를 합니다.

 

미리 언니에게 전화를 했더니 '벌써 이웃집 할머니 두 분과

풋고추 따고 있어' 합니다.

아침에 서리 내린 걸 보고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요.

이따 와서 다듬기만 하면 된다고 천천히 오라고 합니다.

 

양념갈비는 대추와 밤이 고명처럼 더해지고 윤기가 자르르합니다.

물의 양을 잘못 맞췄는지 잘 굳지 않는 묵 그릇을 통째 들고

갔습니다.

마당에 풋고추를 수북하게 쌓아놓고 빙 둘러 앉아

가리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손길이 겨우내 밥상에 입맛 돋우는 반찬 서너 가지가

만들어지겠지요.

아삭아삭하게 간장 장아찌도 담고

소금에 삭힌 것은 동치미 속에 들어 갈 것이고

노랗게 삭힌 것을 송송 썰어 들기름 넣어 갖은 양념으로 버무리면

그 맛 또한 기가 막히지요.

어려서부터 보고 종종 먹었던 그 맛이 익숙해졌습니다.

그만큼 철따라 생각나는 별미가 되었습니다.

어느새 밥 한 공기 달게 비울만큼 입맛도 살리고

추억까지 불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