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파 한 단 ...박갑순
LO송이VE
2018. 12. 10. 13:30
파 한 단
박갑순
걸음을 끌고 오는 노파
바람 끝 골목이 차다
아기는 어디로 가고
묵은 유모차보다 더 낡은 노파가
흙 묻은 파를 싣고 온다
캥거루 주머니 달린
여러 해 덧댄 코트를 걸치고
더디게 구르는 바퀴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시장 좌판에서 늙어버린 노파
손톱이 아리도록 종일 깐 마늘
해거름에 떨이하고
집으로 가던 중년의 여인
마흔 고개 훌쩍 넘어
어느덧 팔순
파처럼 시들어도 놓을 수 없는 생계
굽은 등에
장가도 못 가고 빈둥빈둥
속 썩이는 아들 하나 업혀 간다.
그림은 소리없는 시이고 시는 소리 있는 그림이다.
painting is silent poetry, and poetry speaking painting.
-서양 속담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
요즘 가방안에 꼭 넣고 다니는 시집입니다.
시집안에 들어있는 시중에서 '파 한 단'이
가슴에 콕 와 닿으며 잔잔한 감동, 울림을 줍니다.
사랑과 이별 아픔이 어쩌고하는 지루한 넋두리가 아닌
어둡지않고 무겁지 않고 우울하지 않고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시가 좋습니다.
한국미래문화연구원에서 수여하는 '
미래문화상 수상작입니다.
좋은 사람에게서 들려오는 기쁜소식을 내 기쁨처럼
마음껏 축하해주며 행복했습니다.
박갑순님과의 인연이 스침으로 끝나지 않고
마음과 마음을 잇듯 스며들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바쁜일을 끝내놓거나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뒤숭숭한 날이거나
추위에 떤 몸을 따스한 햇살이 포근히 감쌀 때나
유난히 커피향이 향긋하고 달콤하게 느껴지는 날엔
음악을 듣거나 시를 찾습니다.
마음을 돌아보고 돌보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