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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채혈을 읽다

더 행복 시 낭송 송년 콘서트를 하며 한 가지 마무리를 합니다. 시 낭송이 맺어준 인연으로 1월에 더 행복 시 낭송 아카데미 밴드가 만들어졌습니다. 김춘경 지도교수님의 졸업생들이 더 깊이 넓게 배움과 친목을 이어가는 공간입니다. 대전 시민 대학 '행복한 시 읽기, 시 낭송 마스터' 수업 종강 발표회와 졸업생들의 축하 시 낭송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참석 못 하는 분들을 위해 실시간 공연 실황을 미트 프로그램으로 열어놓고 함께 했습니다. 무대 위에 걸린 현수막과 한 분 한 분 낭송할 때마다 띄우는 배경 화면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레드와 그린으로 드레스 코드까지 맞추니 화려한 성탄 기분이 물씬 납니다. 설렘, 떨림, 긴장감이 한데 어우러져 시를 더 가까이 가슴에 담는 시간입니다. 집에 돌아와 종이가방에 담긴 선..

일상을 담다 2023.12.23

마음을 읽다

한 주의 첫날 월요일 아침은 부소산 산책으로 엽니다. 비 예보가 있는 아침 하늘은 잔뜩 흐려있습니다. 한 손엔 우산, 다른 한 손은 새벽에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를 정성껏 필사한 종이를 듭니다. 부소산 정문에 서면 나름 정해진 규칙을 시작합니다. 복식호흡의 첫 번째 연습으로 입을 꼭 다물고 10분 정도 코로 숨 쉬며 걷기를 합니다. 오르막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빠르게 뛰어오릅니다. 내리막은 천천히 내뱉으며 숨을 세어갑니다. 외우고 싶은 시를 혼자서 중얼거리는 시간입니다. 저쪽에서 사람이 보이면 목소리를 줄이고 멀어지면 소리를 키우며 보다가 안 보다가 시를 외웁니다. 태자골 숲길 흙길을 걷습니다. 맨발로 밟고 또 밟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지요. 한 시간반 정도 지났을까요? 다시 정문에 돌아오면 마음..

일상을 담다 2023.12.11

시로 물든 황금빛 인생 발표회를 마치고~

시로 물든 황금빛 인생 발표회를 마치고 따뜻한 온도 비 온 후 산뜻한 아침을 맞는다. 깨끗한 하늘 아래 쏟아지는 햇볕이 포근하고 눈부시다. 논산 문화원 시로 물든 황금빛 인생 시화전과 자작시 낭송 발표회 날이다. 시로 물든 황금빛 인생은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이다. 어르신 문화 활동 지원 사업으로 60세 이상 어르신들 대상으로 올해 세 번째로 운영하고 있다. 보조 강사로 일하면서 수업이 있는 화요일은 더 활기차게 보내는 하루다. 처음으로 무대에 서는 떨림과 기대를 응원하듯 하늘에서 눈발이 날린다. 첫눈이다. 매번 첫눈은 흩날리다 그쳐 아쉬움을 주었다. 어, 이번에는 다르다. 쉬 그치지 않을 기세다. '추우면 안 되는데, 미끄러우면 어쩌지?' 들떠 있는 마음이 가라앉는다. 첫눈의 축하 꽃송이를 받고 한 분 두..

카테고리 없음 2023.11.22

논산 사람과 사람 주야간 보호센터에서 마음을 나누다

오솔길 같은 구불구불한 마을 안길을 따라 속도를 늦춘다. 사람과 사람 주야간 보호센터에 도착한다. 찾아가는 감동 나눔, 논산시낭송인회 시낭송 콘서트 현수막이 걸려있다. 벌써 어르신들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신다. 시낭송 회원들이 하나둘 들어오자 궁금해 하는 눈빛들이 반짝거린다. 음향 등 공연 준비를 하고 시간을 보니 30분 전이다. 들뜬 기대 속에 감도는 고요가 길어진다. 이때를 놓치지 않는 윤숙희 사무국장님의 노련한 진행으로 시작한다. 이상배 회원의 색소폰 연주로 즐겁게 분위기를 만든다. 사무국장님의 재미나는 떡 박수로 어르신들에게 다가간다. 그동안 어르신들 대상으로 수업을 해온 터라 그 마음을 잘 읽는 듯하다. 김봉숙 회장님과 사람과 사람 센터 원장님의 인사와 소개를 받으며 공연이 시작된다. 새롭게 도전..

일상을 담다 2023.11.12

깨알 점에 웃는 가을

"오후에 시간 되니?" 친정 언니의 전화다. 형부는 집집마다 벼 추수로 한창이고 언니는 밭작물 수확에 바쁜 몸이다. 구십 넘은 시아버님이 옆에서 거드는 게 편치 않아 여동생을 부른 것이다. 대추 수확을 마무리 짓고 여유가 나는가 싶어도 시골 일이란 게 끝이 없다 특히 밭작물은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든다. 거뜬한 몸으로 겁 없이 척척 해내던 밭일도 나이 들면서 겁이 난단다. 그 마음을 알기에 주저 없이 언니네 들깨밭으로 간다. 대추밭 하우스의 옆에 들깨 털 준비가 되어있다. 파란 멍석을 깔고 그 위에 망사멍석을 깔았다. 도리깨는 없고 나무 막대기와 사과를 담는 박스를 엎어놓았다. 아침 일찍 이슬로 젖은 들깻단을 옮겨놓았단다. 잘 마른 들깨는 살짝 건들기만 해도 우수수 소리가 난다. 수북하게 쌓인 들깻단이 ..

일상을 담다 202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