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소원처럼 마음먹었던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동안 가족사진을 찍자는 말만 하고 계속 미루기만 했습니다.
두 아들이 군대도 다녀오고 독립하면서부터 그런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썰렁해진 집안에 가족사진이 환하게 걸려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예쁘게 잘 찍은 사진은 바라보기만 해도 좋고 자꾸만 미소 짓게 만듭니다.
어려서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자동모드처럼 '브이'하며 장난 끼 가득한
포즈를 취해주었습니다.
점점 커가며 친구와 셀카는 수없이 찍으면서 엄마가 사진 한 장 찍자고 하면
통 사정을 해야 했습니다. 사진 찍고 싶은 욕심에 용돈도 펑펑 신나게 주었네요.
조금씩 부모 마음을 헤아리는 나이가 되었을까요?
훤칠하게 큰 두 아들이 먼저 가족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논산 OO사진관에 예약을 해놨다고 일요일 오후는 시간을 비워두라고 합니다.
이왕이면 커플 옷으로 맞춰 입고 싶었는데 느닷없이 찍자는 바람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진관 큰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살짝 웃어봅니다.
약간 어두운 공간에서 사진을 찍는 분의 말을 따릅니다.
큰아들은 아빠를 닮고, 작은 아들은 엄마를 닮았다고
어떻게 찍을지 나름 정하시더라고요.
앉고 서고, 자리를 바꾸고 잇몸을 보였다가 감췄다가 즐거운 시간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사진은 많이 찍어봤어도 누군가의 카메라에 담기는 일은
언제나 부끄럽고 어색합니다.
그 어색하고 긴장한 얼굴을 잘 풀어주시더라고요. 셔터소리가 꼭 웃음소리 같습니다.
금방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가장 좋은 표정과 포즈의 사진 한 장을 골랐습니다.
똑같이 표정과 포즈가 좋지 않더라도 가장 좋은 것을 골라서 합성을 한답니다.
'와!' 놀랐습니다. 사진을 받으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합니다.
사진 원본 파일은 그냘 저녁에 메일로 받았습니다.
잘 나온 것을 골라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바꿨습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웃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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